300년전의 트렌스젠더?
여장을 즐기던 총독
1702년 뉴욕 의회의 개회를 선언한 귀족은 과연 왕족다운 기품이 있던 남자였다. 영국의 앤 여왕을 대신하여 뉴욕 의회의 개회에 참석한 그는, 호화스러운 여성 가운과 우아한 머리 장식, 그리고 섬세히 세공이 되어있는 부채는 의회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최고의 여성 패션으로 단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식민지 아메리카의 총독 콘베리 경이었기 때문이다.
의회에 참석한 모든 관리가 여왕의 대리인이 영국에서 온 모두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콘베리는 의연하게도 대답했다.
‘여러분은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바보들입니다. 오늘 의회에 나는 한 여성을 대리하고 있소. 따라서 나는 되도록 충실히 그분을 대리하는 것이 당연하오.’
이 연설의 흥미로운 점은, 당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콘베리 경은 역대 그 어떤 총독보다 영국이 미국을 통치함에 있어 해를 끼친 사람이었다.
그런 무능한 그가 뉴욕州와 뉴저지州의 최고 지휘관 겸 총독의 지위를 갖게 된 배경은 단순했다. 그가 앤 여왕과 사촌지간이기 때문이었다. 핏줄에 의해서만 선택된 그는 행정관리로서 무능하기 그지없었으며, 그의 사생활 역시 깔끔하지 못했다. 자신은 흥청망청 돈을 썼으면서 자기 아내에겐 매우 인색하여, 그의 아내는 용돈을 훔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으로 곤궁한 생활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그의 결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은 그가 자주 여장을 즐긴다는 점이었다. 그의 가까운 친구들은, 그가 년에 한 달 동안은 여자 옷을 입고 생활한다고 밝히며, 그가 어쩌면 어떤 신비한 맹세를 이행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콘베리 경이 자신이 사촌지간인 여왕과 매우 닮았다고 확신하기에 여장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미국에서 자신을 대리하라는 여왕의 명령을 따라, 그가 고지식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했다.
당시 뉴욕에 살던 한 여인은 그를 보고 비명처럼 말했다. ‘그 덩치 산만한 사내가 단이 겹겹이 쌓인 스커트에 요란한 머리 장식을 하고 밤에 나다니는 꼴이라니!’
또 어떤 사람은 콘베리경을 가리켜 ‘낭비자이며, 오직(汚職) 관리이고 괴짜인 데다가, 술주정뱅이 천치’라 평했다.
어떤 이는 또 이렇게 썼다. ‘그는 경박한 장사치에, 낯가죽 두꺼운 사기꾼이며, 가증스러운 기인이다.’
그런 소문을 의식한 탓이었는지, 1708년 콘베리 경은 영국으로 소환되었지만,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그는 뉴욕에서 벌여놓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체포되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진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뉴욕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종래에는 그의 고지식한 충성스러움이 한몫하는데 성공했다. 1711년 그는 앤 여왕의 추밀원 위원이 되었다. 그때도 그는 여장을 했을까? 안타깝게도 남겨진 기록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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