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박사의 기발한 치료
불임 치료 침대에서 하룻밤
1781년, 아이를 낳지 못해서 골머리를 앓는 런던의 부부들에게 불임을 치유해 준다는 안내문이 배달되었다. ‘천국의 침대’라는 침대에서 부부가 하룻밤을 보내면 효험이 있다는 것인데 비용은 최고 500파운드까지 지급해야 했다. 임신은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던 시대에 이러한 경이로운 일을 행할 수 있었던 자는 제임스 그레이엄 박사였는데, 에든버러 출신 의사인 그는 전기과 자력(磁力)을 이용한 치료법을 창안하여 세상에 유행시킨 장본인이었다.
그의 괴이한 치료법은 단숨에 유행의 도시 런던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으며, 그런 주목에 힘입어 그는 시내 아델피지 區의 로얄 테라스에 「건강의 신전」을 개설했다. 그곳에서 그레이엄 박사는 흑인 종복의 시중을 받는 특별 목욕 요법을 시행하는 등 당시 런던에서 잘 볼 수 없는 치료법들을 실행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름다운 여성 환자들을 그가 특별히 고안한 ‘자기(磁氣) 의자’나 ‘전기의자’에 앉혀 놓고 가벼운 충격을 주거나 하는 것이었다. 가벼운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이 얼마나 건강에 큰 도움을 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치료는 인기가 있었다.
특히 그의 ‘건강의 신전’에서 1등 조수는 런던에서 아름다움으로 유명했단 에마 하트라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훗날 해밀턴 경의 부인으로서 넬슨 제독의 정부가 된 여인인데, 당시는 ‘장밋빛 건강의 여신’으로 행세하며 제임스 그레이엄 박사의 조수 노릇을 톡톡히 했다. 혹자는 그레이엄 박사와 그녀가 야릇한 관계라고 말했고, 의사와 조수 단둘이 있을 때 어떤 추잡한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비방하기도 했으나, 증거가 없는 말이었으므로 오히려 그레이엄 박사의 ‘건강의 신전’만 더욱 유명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레이엄 박사가 개발한 모든 장비 중 가장 장엄한 것은 ‘천국의 침대’였다. 그의 침대는 8개의 청동 지주가 받치고 있었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불임 치료를 받기 위해 온 여성들은 그들의 남편과 함께 그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레이엄 박사가 게재한 광고문은 ‘약 760kg의 복합 자석이…항상 원형을 이루는 자력선을 뿜어내어’ 치유력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하고 있었고, 치료를 하면서도 여러 자석이나 약한 전류가 흐르는 기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효과가 있었는지 한두 명의 부인들은 성감에 눈을 뜨거나 기적적으로 불임이 치료되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치료를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어야 하는 법. 그는 결론적으로 런던에서 쫓겨났고 유명했던 ‘건강의 신전’은 문을 닫고 말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는 돌연 에든버러로 쫓겨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에 처했으며, 에든버러로 돌아가서도 미친 의사로 낙인찍혀 투옥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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